동작을 이해했는데 왜 몸은 따라오지 않을까?
필라테스를 처음 배우거나 오랜 시간 운동해 온 사람에게도 동작이 어려운 순간은 반복해서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롤다운에서 척추가 분절되지 않고 한 덩어리처럼 움직인다거나, 다리를 들었을 때 복부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허리에 부담이 집중되는 경우처럼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흔히 "내가 유연하지 않아서 그런가?",
"복근이 약해서 그런가?"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물론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도 해요.
하지만 단순히 근력이나 유연성의 문제로만 접근하면, 왜 계속 같은 동작에서 막히는지, 왜 보상 움직임이 반복되는지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몸을 '부분'이 아니라 '흐름'으로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그리고 그 흐름을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개념이 바로 근막경선(Myofascial Meridian)입니다.
움직임은 근육이 아니라 '선'을 따라 흐른다
근막은 근육과 뼈, 장기 등을 감싸고 연결하는 섬유성 조직으로, 우리 몸 전체에 그물망처럼 퍼져 있습니다. 근막은 단절된 구조가 아니라 연속적인 긴장 경로를 형성하며, 이 경로가 바로 '근막경선'입니다.
토마스 마이어스(Thomas Myers)는 Anatomy Trains에서 근막이 단순히 근육을 감싸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을 전달하고 연결하는 통합적 구조라고 설명합니다.
즉, 우리 몸은 발끝에서 머리까지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어 움직인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롤다운을 할 때 발바닥부터 종아리, 햄스트링, 척추기립근, 후두골까지 이어지 뒤쪽 표층선(Superficial Back Line, SBL)이 긴장되어 있으면 척추 분절이 되지 않고, 동작이 통째로 뻣뻣하게 굽혀지게 됩니다.
또는 다리 들어올리기 동작이 유난히 힘들고, 복부에 전혀 감각이 오지 않는 경우에는 앞쪽 표층선(Superficial Front Line) 또는 심층 중심선(Deep Front Line)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 상태일 수 있어요. 이 경우 허리나 목이 과도하게 개입해 보상 움직임이 반복됩니다.
이처럼 어떤 동작이 어렵거나 어색할 때는 그 동작에 작용하는 라인이 물리적으로 긴장되었거나 감각적으로 단절되었을 가능성을 먼저 의심해야 합니다.
감각을 따라 흐름을 회복하는 것, 그것이 움직임의 시작
근막경선은 단순히 해부학적 지식이 아닙니다. 내 몸 안에서 지금 어떤 흐름이 작동하고 있고, 어디서 그 흐름이 끊기고 있는지를 감각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도구입니다.
예를 들어 운동 중 '내가 이 동작을 못하는 이유는 뭘까?'라고 느껴졌을 때, 어떤 근육이 약한지를 따지기보다 "이 동작이 어느 선을 따라 흘러야 하는지" 떠올려보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 롤다운을 하기 전에 발바닥부터 두피까지 이어지는 뒤쪽 선을 따라 숨을 쉬어 보세요.
- 다리를 들기 전에 골반저에서 복부 안쪽을 타고 올라가는 심층 라인을 상상해 보세요.
- 한쪽이 더 무겁거나 어색하게 느껴질 때는, 좌우 경선의 긴장 차이를 먼저 인식해 보세요.
이처럼 작은 감각의 전환이 '억지로 따라가는 동작'에서 '내 몸 안에서부터 만들어지는 움직임'으로 변화를 일으킵니다.
움직임은 근력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느낌 없는 움직임은 연결되지 않고, 연결되지 않은 움직임은 지속될 수 없습니다.
동작이 어려운 이유를 내 몸 안에서 찾고, 그 흐름을 회복하려는 시도 자체가 진짜 필라테스 수련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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